라마 왕자의 영웅기
라마야나는 라마왕자의 영웅기이다. 스리랑카, 티베트,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인도 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들에게는 가장 인기 있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바로 라마왕자의 이야기 라마야나이다. 전형적인 영웅 서사기의 형태를 띄고 있는데, 비범한 탄생을 맞이해서 아버지의 또 다른 아내 즉, 둘째 부인(라마는 첫 째 부인의 소생이다.)의 모함에 의해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자신의 왕위에서 물러나 14년간 숲을 배회하게 되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아 거기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이상적 인간의 모습을 라마는 보여주었다.
왕국의 음모와 시련
아요디야 왕국은 다샤라타왕의 통치를 받고 있었다. 다샤라타 왕은 자식이 없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 자식을 낳고자 아그니 신에게 제사를 지내 축복을 받아 네 명의 자식을 갖게 된다. 첫째 부인 카우살리야 사이에서 나온 것이 라마. 둘째 부인 카이케이로부터 나온 것이 마지막 셋째 부인 수미트라로부터 나온 것이 락슈마나와 사트루그나 였다.
첫 째 라마는 천상의 신 나랴야타의 헌신이었는데 이는 브라흐마(세상의 창조신)의 은총을 받아 어떤 신도 제거할 수 없는 은총을 받은 라바나를 인간의 형태로 태어나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브라흐마는 라바나를 축복할 때 그 어떤 신과 아수라도 라바나를 이길 수 없는 축복을 내려주었는데, 그만 원숭이와 인간은 깜박하고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들의 힘이 미약하여 차마 라바나에 미칠 것이라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카이케이의 시녀 만타라는 카이케이를 꾀어 바라타가 왕위에 올라야 함을 카이케이에게 설득하였다. 일전에 아수라들과의 일전에서 카이케이는 다샤라타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 이 때 다샤라타는 카이케이에게 무슨 소원이든지 두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약조를 하였다. 이는 크샤트리아였던 왕의 맹세였던 만큼 어떤 일이 있어도 되돌릴 수 없는 굳은 맹세였다. 만타라는 카이케이를 꾀어 다샤라타에게 두 가지 맹세를 받을 것을 이야기 한다.
카이케이는 라마가 왕위를 물려받은 다음 날 아픈 척 연기를 하여 다샤라타 왕에게 옛날의 약조를 떠올리게 한다. 다샤라타는 카이케이에게 무슨 옜 말을 기억하며 무슨 일이든지 자신이 들어주겠다고 약조한다. 카이케이의 두 가지 부탁은 첫 째, 곧바로 라마를 왕위에서 폐위하고 바라타에게 왕위를 상속할 것. 둘 째, 라마를 14년간 숲속에 유배시킬 것이었다. 카이케이의 꾐에 넘어간 것을 눈치 챈 다샤라타는 자신이 잘 못 한 것을 깨달으나 크샤트리야의 약조를 어길 수 없었던 왕은 이를 그대로 이행한다.
다샤라타는 자신의 명을 어기고 왕위에 오르기를 라마에게 간청하나 선왕의 명을 어길 수는 없다며 라마는 선왕과 카우살리야 그리고 카이케이에게 14년간의 유배를 떠나게 된다. 이 때 부인 시타와 락슈마나도 라마를 따라 나선다.
라마 – 14년 유배
라마는 단다카 숲에 14년간 유배되는 시련을 당하게 되었다. 라마의 빼어난 용품과 성품에 반한 슈르파카나는 라마를 단다카 숲에 유배된 라마를 꾀고자 유혹한다. 라마는 슈르파카나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고 이를 지켜보던 화가 난 락슈마나는 칼로 슈르파카나의 코를 베어 버린다. 라바나의 여동생이었던 슈르파카나는 이에 앙심을 품고 라바나를 찾아간다.
라바나에게 시타의 아름다운 미모를 이야기하면서 시타는 라마 같은 인물이 아닌 라바나와 같은 영웅에게 어울린다면서 라바나를 꾄다. 이내 시타를 납치할 계획을 세운 라바나는 꾀를 낸다. 자신의 수하인 마리차로 하여금 황금사슴으로 변신해 라마 일행을 유혹하게 한다. 황금사슴을 보고 반한 시타는 라마로 하여금 황금사슴을 잡아달라고 라마에게 부탁한다. 숲의 위험성을 알고있던 라마는 락슈마나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시타와 떨어지지 말라 락슈마나에게 당부한 뒤 황금사슴을 사냥하러 떠난다. 황금사슴 마리차는 라마에게 사냥 당한 뒤 라마의 목소리로 변장해 시타와 락슈마나를 부른다.
라마가 위험에 처한 걸로 생각한 시타는 락슈마나에게 서둘러 라마를 구하러 가기를 청한다. 찝찝한 마음이 들지만 시타의 청을 거절할 수 없었던 락슈마나는 시타 주변에 결계를 친 뒤 이 밖으로 절대 나와서는 안된다고 한 뒤 라마를 찾아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향한다. 시타 홀로 남게 되었고 라바나는 브라흐민으로 변장해 시타에게 탁발한다. 직접 음식을 자신에게 간청해 결계의 밖으로 시타가 나오게 유혹한 뒤 라바나는 시타를 납치해 자신의 왕국으로 도망하게 된다. 독수리 자따유는 이를 발견하고 라바나를 저지하나 결전 도중 상처입고 추락한다.
락슈마나와 조우한 라마는 꾀임에 속은 것을 깨닫고 서둘러 돌아오지만 시타는 납치당한 이후였다. 시타를 납치당한 라마는 망연자실한 채 이성을 잃어버리지만, 이내 락슈마나의 도움으로 이성을 되찾고 라바나를 추적한다. 죽음 직전의 자따유를 만난 라마는 라바나의 행방을 유추하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원숭이들의 왕국 끼슈낀다로 향하게 된다.
원숭이 왕국 끼슈낀다
끼슈낀다 왕국에 이른 라마는 원숭이 왕 수그리바가 자신의 형 발리와 오해가 생기어 죽을 운명에 처한 것을 알게된다.
발리는 라마에게 자신은 잘 못한 것이 없으며 이는 다르마(선에 의해 움직이는 운명)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따지지만 라마는 발리가 왜 라마에게 죽는 것이 다르마를 따르는 일인지 차례차례 설명하고 발리는 이를 이해했다면서 죽는다. 발리의 장례는 성대하게 치루어지고 수그리바가 끼슈낀다 왕국의 왕위에 오르게 된다.
라마를 도와 시타의 행방을 탐색하던 끼슈낀다 왕국의 원숭이들은 이내 라바나가 남쪽 랑카에서 자리를 잡고 시타를 납치했음을 알게 된다. 라마와 끼슈낀다 왕국의 원숭이들은 랑카를 공격할 계획을 같이 세우게 된다. 원숭이 장군 하누만은 몸집을 부풀려 먼저 랑카의 탐방에 나선다. 여기서 시타를 만난 하누만은 시타에게 같이 탈출할 것을 권하나 시타는 아직 하누만을 믿을 수 없어 거절한 뒤 징표를 하누만에게 주어 라마에게 전하게 한다.
시타의 뜻을 전해 받은 하누만은 랑카의 전력을 탐색해볼 겸 포로로 잡혀 라바나의 앞으로 끌려간다. 하누만을 본 라바나는 처음에 하누만을 죽이려 했으나 사신을 죽여선 안 된다는 청에 따라 하누만의 꼬리에 불을 붙이는 형벌을 명한다. 하누만은 바람의 신 바유의 아들이었기에 누구보다 빨랐고 불의 신 아그니의 축복을 받았기에 그 어떤 불도 그를 해칠 수 없었다. 거꾸로 꼬리에 붙은 불로 랑카 주변주변에 불을 붙여 난동을 부린 뒤 랑카를 떠나 끼슈낀다로 돌아온다.
랑카에서의 결전
랑카로 가기 위해선 바다를 건너야 했다. 바다 신의 도움을 받은 라마와 끼슈낀다의 원숭이들은 바다를 건넜고 랑카에서 결전을 치르게 된다. 결전이 있기 전 라바나의 동생 비비샤나는 이는 다르마를 어기는 일이라며 라바나에게 시타를 돌려주고 전쟁을 그만 둘 것을 간청했으나 이루어 지지 않자 라마에게 항복을 청해 라마와 함께하는 중이었다.
랑카에서의 결전에서 라마와 라바나의 싸움은 일진일퇴를 거듭하여 지루한 공방전을 계속하였다. 허나, 인드라 신의 호의를 받은 라바나의 아들 인트라지트가 락슈마나의 손에 의해서 죽임을 당하고 거대한 거인 쿰바카르타 또한 라마의 손에 죽임을 당하니 전세는 이미 라마에게 기운 것이나 마찬가지 였다. 쿰바, 니쿰바, 라바나의 친위대, 라바나의 왕자들 모두 라마 일행에게 죽임을 당하고 남은 것은 라바나 본인 혼자였다. 마침내 라바나는 결전을 맹세하고 라마에게 돌진한다.
숨막히는 결전 속 브라흐마의 축복을 받은 라바나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내 라바나는 라마에게 죽임을 당했으나, 얼굴이 그 때 마다 새로 돋았다. 브라흐마의 축복이 필요함을 깨달은 라마는 브라흐마스트라를 사용해 라바나를 끝끝내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라바나를 물리 친 라마는 그 자신이 천신 나가야나의 헌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인기있는 영웅의 이야기
라마는 인도인들의 일상에서 부적의 형태로든 지갑속의 사진의 형태로든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인도인들에게 인기있는 영웅 중 하나이다. 비단 인도 뿐만이 아니다. 인도를 벗어난 인도 문화권에서도 라마와 관련된 문화유산을 흔하게 볼 수 있는 만큼 라마왕자의 이야기 라마야나는 인기있는 이야기이다.
무엇 때문에 라마야나는 인기를 얻게 되었을까? 정의와 도덕을 추구하는 이상적인 군주 자신의 남편에게 헌신하는 이상적인 아내 자신의 형(군주)에게 충성을 다하는 신하의 모습이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 인간은 이런 점에서 너무나 다른 문화권에 살면서도 많이 닮은 점이 존재하는데 그들이나 우리들이나 어찌 되었든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인간상은 비슷한 것 같다.
인도인의 의식과 다르마
라마야나 속에는 인도인들의 의식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라마의 영웅적 면모에 대해 수 십장씩 늘어놓는 모습에서 그들의 숭배적 의식을 여성을 때리는 것을 싫어한다는 라마의 대사에서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 영웅의 모습이 서양의 기사도와 닮았다는 점도 보여준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드러나는 것이 모든 것은 ‘다르마’에 따라서 ‘다르마’를 어겨서는 안된다고 하는 그들의 대사에서 ‘다르마’가 정말 중요한 것임을 보여준다.
‘다르마’는 의무,도리의 의미를 지니는데 사람으로써 마땅히 지켜야할 도덕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우리로 치면 권선징악에 해당하는 개념인데 원숭이 발리가 자신은 다르마를 어긴 일이 없는데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냐고 말하는 모습은 도덕적 행위에는 상이 비도적 행위에는 벌이 내려져야 한다는 것이 깔려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인도인들의 의식은 다른 여타 국가들처럼 보편성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을 특별하게 하는 것은 라마가 나라야나의 헌신이라고 하는 점에서 나타난 ‘아바타’ 사상인데, 그들은 본질은 이 세상 건너편에 존재하며 끊임없이 헌신이 환생하여 이 세상에 나타난다고 믿는다. 그들은 라마 또한 유지의 신 비쉬뉴가 헌신한 한 형태라고 믿는다. (이것을 보면 왜 인도에는 같은 신의 이름이 수천가지가 되는지 이해가 된다. 신이 수천가지 형태로 재 탄생해 세상에 나타났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다르마 다르마 다르마 이야기가 끝도 없이 나와서 다른 것은 몰라도 다르마는 절대 까먹지 않을 것 같다.
라마야나 왕자 이야기 애니메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