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오늘은 주식 투자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반드시 한 번씩은 들어봤을 ‘랜덤워크이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랜덤워크이론(Random walk theory)란, 말 그대로 주가가 랜덤(임의대로)하게 워크(움직이기)한다는 내용입니다. 주가에는 이미 반영될 수 있는 정보가 모두 반영되어 있고, 미래 주가는 랜덤하게 형성되기 때문에 투자자는 최대한 많은 양의 종목을 분산하여 장기간에 걸쳐서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이론입니다. 과연 실제로도 그런지 어떤 가정들에서 성립하게 된 이론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정의
주가에는 주가를 형성하는 과거의 모든 정보들이 이미 반영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가의 변동은 미래 기대치에 대한 불편추정치(Unbiased estimate)[1]값을 가지고 주가가 형성되어 있다. 그렇기 떄문에 주가가 변하는 것은 새롭게 발생하는 정보에 의해서만 변동이 일어난다. 이때, 새롭게 발생하는 정보는 호재와 악재의 확률이 각각 50%씩 이므로 결국, 주가는 임의의 방향대로 형성되게 된다.
랜덤워크 이론의 정의는 위와 같습니다. 결국, 미래에 주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이 랜덤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기업분석을 하거나 펀드에 투자하는 등의 행위는 비용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많이들 들어 보셨듯이 그렇게 되면, 다트를 던져서 종목을 선정하나 기업분석을 해서 투자를 하나 그게 그거라는 결론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이는 이론인 만큼 어떤 가정들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가정
1. 투자자들은 합리적 기대를 바탕으로 가격을 형성한다.
(즉, 이미 주어진 정보들을 최대치로 활용하여서 너무 좋게도 너무 나쁘게도 치우치게 판단하지 않는다.)
2. 주가는 오로지 새로운 정보에 의해서만 변동한다.
(과거 가격치와 같은 데이터는 이미 가격에 반영되어 있으므로 아무런 효용이 없다.)
자료:한국거래소 |
자료 : 한국거래소 |
평가
위에 차트를 보시면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경우 대부분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을 ‘개인’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개인들이 주식 투자를 할 때 이용하는 주식 종목토론실에 들어가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1의 가정처럼 합리적인 기대를 바탕으로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대부분의 주가를 개인들이 형성하는 시장에서 그렇게 합리적인 기대를 바탕으로 주가가 전체적으로 형성된다는 것은 저로써는 조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적으로 개인들은 합리적 기대보다는 소문과 기대에 의해서 매수와 매도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랜덤워크 이론은 주가가 이미 합리적인 기대를 바탕으로 가용한 모든 정보들이 반영되어서 주가를 형성하고 있어야하나, 실제 투자를 할때 별로 그렇게 보이지 않으며 또 대부분이 합리적 기대보다는 소문과 기대감을 가지고 투자하는 개인들의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는 특히 현재 주가가 얼마만큼의 합리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듭니다. 데이터를 직접 구해보진 못 했지만, 지속적으로 버블이 발생했던 것으로 보아 선진시장이라는 외국도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둘째로 가격변동 자체가 시장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흔히 사용하는 모멘텀 전략에서 볼 수 있듯이 주가가 나흘동안 상승하였다면, 이를 토대로 다음에도 상승하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투자자들에게 호재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받아들일 점
자료 : 다음뉴스. 한국 펀드매니저는 1할타자 |
첫째로 이러한 주장이 나오기까지의 실증적인 배경입니다. 타 분야에서는 전문가를 일반인이 능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김연아 선수와 피겨 스케이팅을 한다면, 그 어느 조건을 가져다 주더라도 제가 질 가능성이 99%입니다. 허나, 금융에서는 최고의 전문가라고 하는 펀드매니저들 조차 시장 평균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통계적으로만 보자면, 거의 ‘아웃라이어’ 라고 할 수 밖에 없을 정도입니다.(10년을 기간으로 보았을 때, 시장수익률을 능가하는 펀드는 전체 펀드에서 약 2~3% 정도 수준이라고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요?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펀드매니저들이 가지는 제한 조건입니다. 특정 종목에 대한 정해진 비율 이상으로 보유하지 못 하며, 매수와 매도에 있어서 제약이 붙습니다.
두번째로는 운용규모에서 오는 단점입니다. 펀드는 기본적으로 운용규모가 크기 때문에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함에 있어서 ‘가격 동조’현상을 유래합니다. 즉, 펀드매니저가 매수하는 시기에는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며, 매도하는 시기에는 동시에 하락하기 때문에 운용 규모에서 오는 자본이득의 불이익이 있습니다.
셋째는 고점매수 저점환매에서 오는 불이익입니다. 펀드매니저는 고객들의 돈을 모아서 주식을 사고 팝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되며, 주가가 하락하는 시기에는 많은 환매요청이 들어옵니다. 이것은 ‘장기투자’에 있어서 어려움을 일으키며, 펀드매니저의 역량에 상관없이 매수매도를 해야함을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차치하더라도, 사실 자금 운용을 맡기는 투자자입장에서는 또, 주가에 대해서 데이터적인 분석을 한 학자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랜덤워크이론과 같은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것이죠.
자료 : MK뉴스 시장 못 따라가는 액티브 펀드의 눈물 |
위의 이야기에 이어서 펀드 매니저가 직접적으로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가 수동적인 ‘인덱스 펀드’보다도 수익률이 낮은 것도 흔한 경우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제가 원하지도 않는 종목까지 함께 구매해야 하는 인덱스 펀드보다는 제가 생각하는 투자철학과 같은 펀드매니저의 액티브 펀드가 더 나은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수익률 측면에서 보자면, 생각해볼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인덱스 펀드보다 하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자료 : 증권플러스 인사이트. 저PER주 투자전략 |
마지막으로 저PER주,저PBR,저PCR전략이 지속적으로 통하는 현상입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저 PER주와 저 PBR주에 투자하는 것이 고 PER 나 고 PBR 주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음이 연구에 의해 밝혀졌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고 PER주나 고 PBR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요? 이는 인간이 어떤 객관적 사실이나 근거로부터 추정을 하는 ‘합리적 기대’를 하기보다는 스토리나 기대 그리고 편승효과에 의해서 의사결정을 하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PER가 낫다는 것은 평균적으로 기업이 보였던 실적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되었다는 것이고 PER가 높다는 것은 기업이 여태까지 벌인 영업이익에 비해서 주가가 높게 형성되었다는 뜻입니다.
PER가 낮은 주보다는 PER가 높은 주에 투자하는 것에 사람들이 끌리는 것은 PER가 높은 주는 높은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산업이 새롭게 무언가를 변화를 시킨다거나, 높은 기대치는 ‘합리적 기대’보다는 군중심리와 스토리로 사람들을 이끌어냅니다. 허나 안타깝게도 대개는 실망을 안겨주거나 버블을 형성하곤 했습니다.
이는 랜덤워크 이론의 첫째 가정에 반하는 내용이면서 동시에 평균적인 사람들이 사실 다트를 던져서 투자를 하나, 나름의 분석을 해서 투자를 하나 비등비등한 수익률을 올리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종합평가
금융권의 종속과 관련되어서 이야기 될 수 있는 부분이기에 논쟁거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투자를 해보는 입장이라면은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론이지만, 또 실증적 데이터를 토대에서 나온 주장인만큼 생각해볼점도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랜덤워크 이론에 대한 설명과 정의 그리고 가정과 제 나름대로의 평가를 해보았습니다. 다음에는 랜덤워크이론보다 더 격렬한 논쟁거리인 ‘효율적 시장가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치우쳐치지 않은 값. 즉, 지나친 확신이나 비관으로 치우쳐져 있지 않은 합리적인 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