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AST) 도서 리뷰실/자연,공학 도서

강추 과학도서,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by 마리우온 2018. 7. 31.
반응형

강추 과학도서,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사진출처 : pixabay

과학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시대에도 과학은 묵묵히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겸손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른 분야와 만나서 인간적 가치를 높이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앞으로 10년 동안 세상에 등장할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알고 있는 것들을 융합하고,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우리에게 인간 사회에 대한 유쾌한 통찰력을 제공해주리라 믿는다. ‘생에 한 번도 용기를 잃어본 적이 없는 사람마냥 나는 오늘도 돈키호테처럼 무모하리만치 도전적인 과학자들의 등장을 꿈꾼다

과학에 대한 회의

과학은 마치 만물상자와 같습니다. 과학의 힘을 통해 우리는 검은 연료를 에너지의 근원으로 만들었으며, 에너지를 작동시키고 곡물을 채취하며 생산성의 극대화를 이루어냈습니다. 뉴턴이래 등장한 연역적 방법론은 우리 세계를 단순화시켜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게 만들어 주었고, 이 방법론은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사고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기계의 발명. 물리학을 통한 에너지의 이해, 천체학 등이 발명되고 발전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방법론에 대해 우리는 자신감을 가졌고, 거의 전 분야에 과학적 방법론이 영향을 끼치지 않은 분야는 없었습니다. 사회과학에도 자연과학적 방법론이 적용되었고, 지금의 미적분학이 바탕이 되는 경제학이 탄생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학적 사고를 기반한 경제학은 인간의 광기 혹은 설명할 수 없는 '블랙스완' 사건들에 취약했습니다. 신의 지팡이로 모든 것을 설명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시기에 제약이 생긴 것이죠. (뉴턴 그 자신도 주식투자에서는 실패를 맛 볼 정도였으니까요.)

자연과학 그리고 과학적 사고관

수학을 기반으로 한 경제학과 사회학은 자연스럽게 자연과학처럼 모델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여러 변수들의 조합을 통해 우리는 어떤 값을 얻어 낼 수 있고, 충분히 통제된 상황에서 들어간 변수들의 조정을 통해 우리가 얻어낸 값을 조절해낼 수 있다구요. 하지만, 사회는 실험실과 다르게 모든 조건을 통제할 수도 없었고, 우리가 사회를 분석할 때 사용한 기본 가정들 역시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인간은 그렇게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였던 것이죠.

사회과학과 카오스의 혼란함

사회과학은 자연과학과 다르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드뭅니다. 특히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산적이고 계량적으로 인간과 사회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는 노력 혹은 그에 대한 대중의 믿음은 많은 부분 희석된 것이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경제위기와 같은 재앙적 사건들을 매 번 정확하게 짚어내는 사회과학자가 없었다는 점. 자신만만하게 위험을 분산시킬 줄 알았던 금융공학의 실패 등은 우리에게 자연과학적 방법을 통한 사회과학 통찰을 거의 무용론에 가깝게 만들었습니다.

저 역시도 계량적 분석을 통한 시장 분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다만, 우리의 지성이 완전하지 않듯이 우리가 이해하고 바라보는 세상역시 완전하지 못합니다. 그것이 마치 너무나 거대하고 복잡해 그냥 알 수가 없는 정도에 그치면서 끝날 수도 있지만, 과학적들은 지금도 이러한 것들에 대한 해석과 이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우리의 기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들을 찾아내기는 했지만, 그 유전자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내는 행동양식이 비로소 우리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과 비슷합니다. 시작점은 얼추 알 수 있겠으나, 그것이 발전되면서 뒤섞이기 때문에 나중에 가서는 도저히 어떻게 된 것인지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어쩌면 가장 과학스러운 시대 과학이 우리에게 내려주는 해답은 이처럼 '모호하고 또 정확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결국, 해답이라는 것이 '아무 것도 모른다.'가 되버릴 수도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앞으로 과학이 가야할 길은 어디에 있는가? 처음 인용한 문구에 그 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기억에 남는 문구들>

과학은 그 자체로는 거짓말을 하는 법이 없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과학을 빙자한 인간들이다. –세르반테스

 

이처럼 우리 주위에는 근거 없는 과학 이야기들이 많다. 과학의 탈을 쓰고 우리 앞에 찾아온 이야기는 그럴듯해 보여서 쉽게 우리 근처에 머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 지식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소수점 이하 몇 자리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 믿었던 로렌츠는 살츠만 방정식의 비선형 항들이 소수점 이하의 작은 차이들을 제곱 혹은 세제곱으로 증폭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후 물리학자들은 초기 조건의 민감성이라는 비선형 방정식의 특성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을 가져올 수 있는지 증명했다.

 

시스템을 지배하는 법칙이 존재하고 그것을 통해 미래에 일어날 일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결정론적 시스템과 법칙이 존재하지 않아 실제로는 무한개의 법칙이 지배하여 통계와 확률로밖에 기술할 수 없는 무작위적인 시스템사이에, 법칙이 존재하긴 하지만 초기 조건에 너무 민감해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카오스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끊임없이 질서와 의외성을 즐긴다. 아주 잘 짜여 있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새로움이 느껴질 때 우리는 그 음악을 좋아하고 아름답다고 느낀다.

 

공원을 설계하는 건축가들은 공원의 조경이나 설계를 시민들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을 공원에 오게 하는 것은 대리석 조각품이나 꽃밭, 폭포 같은 것이 아니다. 사람들에게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필요하다. – 윌리엄 화이트, 도시 인류학자

 

경제란 석탄을 아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불타고 있는 동안 시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데 있다. – 랄프 W. 에머슨, 시인,사상가

 

안타깝게도 신문 경제 면의 머리기사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뉴욕 증시만 해도 1929년 대공황 이래 11차레에 걸친 역사적인 주가 폭락이 있었다. 특히 1987년 블랙 먼데이를 비롯해 1929년과 1932, 1937, 1989, 1997년의 주가 폭락은 모두 10월에 발생했다 하여 뉴욕 증시는 10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부른다. 작은 정치적 사건으로도 주가가 요동치는 우리나라의 경우 증시 폭락은 일상적인 연중행사에 가깝다.

 

그렇다면 과연 실제 증권 시장은 효율적인 시장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 증권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정보를 즉각적으로 처리하지도 않을뿐더러 합리적이지도 않다. 물가, 경기, 기업의 수익력, 금리, 통화량, 정국의 동향 등 쏟아지는 정보들은 해석하기 조차 힘들며, 똑 같은 정보라 하더라도 개인이나 기관의 해석 능력에 차이가 있다. 또 이를 즉시 거래에 반영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장애 요인이 존재한다. 현대 금융 경제학에서는 기대 수익 최대화와 함께 위험 최소화라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에 시장이 완전한 효율성을 얻기는 힘들다.

 

그들은 주가 변동이 완전한 노이즈인지, 아니면 유한개의 변수로 표현할 수 있는 규칙적인 카오스 신호인지 알아 보았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주가 지수는 매우 복잡하게 변하긴 하지만 완전히 랜덤하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유사한 구조를 되풀이하는 플랙털 신호라는 것이다. 그리고 주가 변동을 모형화하는 데 있어 필요한 변수는 10개를 넘지 않는다는 것이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증명되었다.

 

하나의 분자가 움직이는 경로를 누가 과연 완벽히 계산해낼 수 있을까? 쏟아지는 모래 알갱이들이 만들어내는 패턴이 이 우주의 탄생과 무관하다고 우리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

 

이렇듯 소음이 인간의 정서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뚜렷한고 일관적인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는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이 종종 간과하는 것의 중의 하나가 인간은 외부 자극에 단순히 반응하고 일정하게 행동하는 기계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소음에 대한 반응 정도와 민감성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다. 어떤 사람은 시끄러운 소음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헤비메탈 음악을 들어야 공부가 잘되고, 심지어 드릴링 머신이 만들어내는 소음이나 제트기의 추진 소리에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다시 말해, 소음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하나의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울 만큼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기계는 위대한 자연의 문제로부터 인간을 분리시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욱 심각한 문제로 인간을 괴롭힐 것이다. – 생텍쥐페리

 

뇌파가 뇌의 사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생체 신호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뇌의 정보 처리 과정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는 의미 있는 신호인지, 아니면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소음에 불과한 것인지는 아직까지 논쟁이 되고 있다.

 

물리학자들은 설령 간단한 물리학 법칙이라 하더라도 비선형 항이 포함되어 있으면 초기 조건이 조금만 변해도 그 값이 완전히 엉뚱해질 수 있으며, 그 운동 궤적이 굉장히 복잡하고 무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을 카오스 시스템이라고 불렀다.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 – 아놀륻 토인비, 경제학자

 

일견 모순돼 보이는 이런 주장들을 한데 묶어놓은 것은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지구는 반지름이 6400킬로미터나 되는 거대한 행성이지만 그 안에 살고 있는 60억 사람들은 서로 가까운 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카오스 이론은 굉장히 복잡한 패턴들도 몇 개의 변수만으로 이루어진 비선형 방정식으로 기술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으며, 비록 초기 조건에 민감하기 때문에 긴 시간 후의 행동 패턴은 예측할 수 없지만, 짧은 시간 스케일 안에서는 동역학적인 예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또 실험적으로 보여주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뇌가 어떻게 사고하는지, 도로 교통망을 어떻게 연결해야 가장 효과적인지, 주가 지수는 어떤 변수들에 영향을 받으며 변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 한평생 실패만을 거듭했으나, 한 번도 용기를 잃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잠들다. -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의 묘비명

 

나는 이 로또 실험을 통해 현대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21세기가 과학기술의 시대’, ‘지식정보의 시대라고 하지만, 중국 포춘 쿠키보다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걸 보면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꼈다. 나는 <과학 콘서트>에서 현대 물리학으로 복잡한 사회현상을 꽤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처럼 떠벌렸지만, 결국 비과학적인 중국 포춘 쿠키의 싸구려 예측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세상에 내놓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어쩌면 이것이 오만한 과학자들이 붙들고 있는 현대 과학의 실상이리라.

 

이 마지막 반전은 <과학 콘서트>의 결론이기도 하다. 복잡한 사회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의 수학은 너무 단순하고, 우리의 컴퓨터는 너무 느리며, 무엇보다 우리는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꾸준히 탐구하기만 하면, 오랫동안 깊이 연구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가능하다는 희망과 열정적인 도전정신이 바로 과학자들을 기다리는 운명이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결국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도전하는 불굴의 정신만으로 과학은 이미 위대하다고 자위하기엔, 인류는 아직 젊다.

 

세상의 모든 경계에선 꽃이 핀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처럼 자연과학은 인문,사회과학과 만나서 새로운 학문으로 거듭 태어나고, 사회 과학적 주제에 자연과학적 도구를 사용하는 접근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자연과학자들의 연구 주제를 전사회적 범위로 확장해야 하며, 인문 사회과학자들의 손에 테크놀로지의 연장을 쥐어주어야 한다. 그들의 진지한 협업과 사려 깊은 융합 연구가 우리 사회는 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가?’에 대해 멋진 해답을 제공해줄 것이다. 거기에 희망이 있다.

 

어느 누구도 그 자체로서 온전한 하나의 섬은 아닐지니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한 부분이리라

 

우리 뇌에는 시교차상핵이라는 생체시계가 자고 깨는 리듬을 관장한다. 빛에 의해 영향 받고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이 뇌 영역은 제대로 깨우지 않으면서 소리로 대뇌피질만 깨우는 자명종은 사람의 일주기 리듬을 망가뜨리고 하루 종일 피곤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인간은 원래 합리적인 의사 결정자가 아니다. 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는 개미군단 병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은 쉽게 번 돈은 과감히 투자하는 경향이 있고, 같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가능한 한 후회를 최소화하려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투자 심리의 맹점이나 투자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을 합리적인 투자자라 가정하고 분석하는 퀀트들의 연구방법론에도 이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입자들로 가득 찬 물리학자들의 머릿속에 비로소 인간들이 들어와야 하는 것이다.

 

2008년 사람들이 블랙 스완이라는 개념에 주목했던 것도 과학에 대한 믿음의 종말과 관련이 깊다. 경험주의적 사고에 바탕을 둔 과학은 기본적으로 귀납적 방법론을 바탕으로 한다. 무수한 사례들을 통해 그 안에서 보편적인 공통점을 찾고 일반적인 법칙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날마다 예외 없이 아침에 태양이 뜨는 한 지구는 태양의 주의를 돈다는 것은 진리인 것이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 국내도서>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10점
정재승 지음/어크로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