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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법이 말하는 정의란 무엇일까? - 디케의눈

by 마리우온 2018.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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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말하는 정의란 무엇일까?  - 디케의 눈

사진출처 : Pixabay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 혹은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제삼자들은 각자 나름대로 진실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실을 찾는 것은 맨손으로 물을 움켜쥐려는 것처럼 어렵고 때로는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디케가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진실을 찾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때로는 틀릴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법은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위험하고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어떤 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디케의 눈 중.. 

우리가 진실을 알기나 할 수 있는 것일까?

유전자 감식은 20세기 초반에 지문으로 범인을 확인하는 방법이 알려진 이후 가장 획기적인 수사기법으로 일컬어진다. 특히 억울하게 유죄판결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 감식을 통해서 누명을 벗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유전자 감식기법이 일반적으로 활용되면서 억울하게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이 밝혀진 사건은 미국에서만 100건이 훨씬 넘는다. 그중 상당수는 강간, 살인과 같은 무건운 죄로 사형 집행을 기다리던 죄수였다.

법(法)은 공명정대해야한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죄를 지은만큼 응당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모두가 믿고 있지요.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지 않는 한 과거에 일어난 사건은 어디까지나 추측의 영역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는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을 추측해보지만 어디까지나 우리는 인간의 한계 속에서 분석해볼 뿐입니다.

우리가 어떤 저의를 가지고 과거를 조작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지식과 경험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한 밤중에 바라본 범죄자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더라도 시간이 지난 뒤 잘 못된 결정이라고 보여진 경우도 다수 있습니다. 

죄인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애당초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알 기 어렵습니다. 이는 우리가 법(法)이라는 잣대로 사건을 바라보고 판단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사건의 정황상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며, 아무리 심증이 강하더라도 물증이 부족한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정의(正義)의 정의(定義)

대부분의 법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형벌은 개인에 대한 것이지 사회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떄문이다. 만일 판사가 흑인사회의 반응을 고려해서 두순자에게 중형을 선고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잘못된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결정은 개인에 대한 처벌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떠한 경우에도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으며, 그것은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옳은 것이 세상에 실현되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정의(正義) 특히, 법에 있어서 정의란 무엇일까요?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이 목적일까요? 일벌백계로 다시는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단죄하는 것이 법의 목적일까요? 범죄란 것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범죄자를 교화하고 사회에 속할 수 있게 만드는게 정의일까요? 

우리 헌법은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한 개개인 모두 그 자체가 목적으로 여겨지고 있지요. 이는 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그 사람을 교화해서 다시금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데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떄로는 우리가 바라보는 조금은 답답한 판결문의 경우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우리 법의 목적을 지켜나가기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법으로 바라본 사건들

그러나 그런 말을 하는 로스쿨 교수나 학생들이 정말 진심으로 스칼리아 대법관을 싫어하고 경멸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칠 때 창조론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고 규정한 법률이 합헌이라는 황당한 주장, 공화당원이 시장으로 선출되면 시청 청소부까지도 공화당원이 차지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스칼리아 대법관만큼 탄탄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논리로 포장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칼리아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그의 판결문을 열심히 읽고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

법의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 세상은 다양한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진화론과 창조론을 교과서에서 같이 가르쳐야 한다는 법률은 창조론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속 내용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성경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믿으라고 했던 과거의 창조론에서 지금의 창조론은 그 모습이 많이 바뀌어 있습니다. 

또,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진화론 역시 하나의 이론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세상의 발전해온 과정을 모두 알고 있지는 못 하니까요. 우리 눈의 경우 너무나 복잡한 기관으로 다양한 기관들의 협업을 통해서 작동합니다. 최초의 단 세포에서 눈이 진화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자면, 눈의 역할은 하지 않는 눈의 중간 단계를 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은 진화론에서도 심도있게 논의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여하튼, 우리가 가진 지식으로 진화론이 우리의 탄생에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기는 하지만, 그 역시 하나의 가설일뿐이므로 창조론과 같이 다양한 가설을 가르쳐야 한다는 입장은 응당 그렇게 이상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디케의 눈 기억에 남는 문구들

죄를 저지른 사람을 왜 처벌하는가. 얼마나 무겁게 처벌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보아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첫째는 죄를 저지른 자는 당연히 그에 맞는 벌을 받아야 한다고 보는 고전적인 시각이다. 처벌의 정도도 저지른 죄와 같은 정도여야 한다고 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뜻하는 것이 바로 이런 시각이다. 이에 따르면 죄인을 벌하는 것은 정의의 명령이고 형벌은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다른 이유를 찾을 필요도 없다고 한다. 형법학에서 흔히 '응보형주의' 또는 '절대형주의'라고 하는데 '사형이 선고된 죄수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집행해야 한다'는 말은 이런 입장을 잘 표현하고 있다.

고전주의에 대응하는 입장을 '상대형주의'라고 하는데 형벌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으며,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선 일반예방주의라는 것이 있다. 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일반인에게 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것으 보여줌으로써 장래의 범죄를 예방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일벌백계', '시험 케이스'라는 말은 형벌의 이러한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불법 금융피라미드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서 시민들의 고혈을 짜낼 때 검거된 범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하고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잠재적 범죄자들로 하여금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면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형벌의 본질에 관한 또 하나의 입장은 특별예방주의라는 학설이다. 형벌의 목적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교화해서 다시는 죄를 짓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고 본다. 범죄의 결과보다는 범죄자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교화의 정도에 따라 형량을 신축적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죄인은 벌을 받아야 한다. 의심의 여지도 없다.

하지만 범죄는 한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처벌도 마찬가지다.


미란다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은 피의자에게 묵비권과 변호인 선임권을 미리 말해주지 않고 받은 자백은 그것이 자발적인 것이든 아니든 간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선언하였다. 이 판결은 권리의 인정을 넘어서 그것을 설명해야 할 의무를 부과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범죄자를 교화의 대상이 아닌 격리와 처벌의 객체로만 취급했던 과거는 미국에도 있다. '교화 불가능한 범죄자들'을 수용했던 악명 높은 교도소 알카트라즈는 그러한 과거를 상징하는 시설이다.


<디케의 눈 - 국내도서>

디케의 눈 - 10점
금태섭 지음/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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